지난 대회 우승팀 북한이 다시 한 번 압도적인 전력을 과시하며 두 대회 연속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2015 FIFA 캐나다 여자 월드컵 참가팀을 상대한 북한은 개인 기량에서부터 뛰어난 실력을 뽐내며 월드컵 준우승팀인 일본, 8강팀인 중국, 16강팀인 한국을 차례로 꺾었다. 월드컵에 참가하지 못했음에도 북한은 굉장한 투지로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과의 세 번째 경기에서는 상대의 반격에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대회에서 9골을 터트린 공격력을 앞세워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특히 골 결정력은 참가팀 중 가장 뛰어났다. 대회 득점왕인 10번 라은심과 공격수 김윤미의 호흡은 환상적이었다. 두 선수는 상대 골문을 향해 대담하게 달려들어 강력한 슈팅을 시도했다. 날카로운 역습을 주무기로 했던 북한이지만, 미드필더가 공격에 가담하는 것이 전술의 핵심이었다. 위종심은 중국과의 경기에서 두 골을 터트리고, 여러 번의 득점 기회를 만들어내는 둥 훌륭한 활약을 보여주었다. 수비는 대회 최고의 수비수로 선정된 김은하가 책임졌는데, 비록 북한이 4골을 실점하기는 했지만 김은하는 수비진의 조직적인 움직임을 이끌었다. 그 덕분에 북한은 한국과의 맞대결에서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뛰어난 결정력을 자랑하는 공격진과 뛰어난 수비진의 조화로 북한은 자신감을 얻을 만한 성적을 기록했고, 이는 내년 리우 올림픽을 앞둔 예선에서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여러 주축 선수들을 부상으로 잃었던 한국은 마지막 경기에서 북한에 패하며 우승할 기회를 놓쳤다. 그렇지만 이번 대회에 참가한 네 팀 중 매 경기 90분 내내 흔들리지 않는 집중력을 보여준 것은 한국이었다. 패스 전개가 불안하기도 했지만, 수비진이 확실하게 벽을 형성하고 김정미 골키퍼가 선방을 펼치면서 상대에게 쉽게득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공격에 나섰을 때는 공을 빠르게 정설빈에게 연결했고, 그녀는 힘이 넘치는 돌파로 상대 수비진을 무너트릴 수 있었다. 여기에 플레이메이커 이민아의 예측 불가능한 패스가 더해지며 한국의 플레이 스타일을 완성했다. 벤치에 앉아 있던 선수들도 하프타임에 나와 원터치 패스 후 침투하는 훈련을 진행하는 모습을 보면 한국이 어떤 식으로 공격을 펼치고 싶은지는 명확했다. 그러나 한국의 최대 강점은 역시 엄청난 활동량에 있었다. 중국과의 경기 막바지에는 여러 선수가 근육 경련을 일으키면서도 승리를 위해 뛰는 모습을 보였다. 강한 조직력은 물론이고 선수 개개인의 기량도 충분히 돋보였다. 수비수 황보람은 일대일 상황에서 강점을 보이는 동시에 정확한 패스까지 공급했다. 권하늘은 경기의 분위기를 바꾸는 플레이를 선보였으며, 믿음직한 주장 조소현도 자신의 역할을 잘해냈다. 이러한 요소들이 더해지며 한국은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2015 캐나다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던 일본은 '도전 나데시코'라 불리는 젊은 팀을 구성해 선수단에 대대적인 변화를 추진하면서도 좋은 경기를 펼쳤지만 북한과 한국에 패했다. 전방에서부터 상대를 압박하고, 중원에서 많은 패스를 시도한 일본은 뛰어난 개인 기량과 창의력을 선보여 사사키 감독을 만족하게 했다. 그러나 경험이 미숙한 탓에 중요한 상황에서 때로 약한 모습이나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다만 젊은 선수들이 발전해 중국을 꺾는 모습은 충분히 긍정적이었다. 이번 대회 이전까지 A매치 한 경기만을 소화했던 미드필더 스기타 아미의 경우 멋진 중거리 슈팅으로 두 골을 터트려 앞으로 대표팀의 주전이 될 만한 잠재력을 확인받았다. 공격수 출신의 쿄가와 마이는 세 경기 모두에서 오른쪽 측면 수비를 소화했는데, 이번 대회를 통해 가장 빠르게 발전한 선수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더해 요코야마 쿠미는 중국과의 경기에서 교체로 투입돼 결승 골을 터트려 자신감을 되찾고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일본은 젊은 선수들이 많아 새로 팀을 구성하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이들이 자신감을 얻을 만한 활약을 펼치면서 리우 올림픽 예선을 앞두고 전력이 더욱 강해질 게 확실해졌다.
한 달 전만 해도 중국은 월드컵 8강에 올라 우승팀인 미국에 어려움을 선사하며 극찬을 받았다. 게다가 일본, 한국과 달리 이번 대회에 주축 선수들과 함께하며 개최국으로서 우승을 노리고 있었다. 그러나 중국은 3연패 4위라는 실망스러운 성적을 남겼다. 그렇다고 중국이 못했다고 이야기하는 건 불공평하다. 에이스 공격수인 왕 샨샨과 세계 수준의 측면 공격수인 한 펑, 리우 준, 구 야샤는 날카로운 공격을 선보였다. 우승팀인 북한을 가장 괴롭힌 것도 중국이었다. 문제는 골 결정력이었다. 상대 골문 앞까지 가서는 보이지 않는 압박감에 시달리는 것 같았다. 선수들의 개인 기량이나 팀으로서의 안정감, 공수 전환 작업 모두 수준이 높았지만 단지 골 결정력이 문제였다. 중국은 이번 결과를 리우 올림픽 예선을 앞두고 팀을 개혁할 좋은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올림픽 예선이 열리는 일본의 사사키 감독 또한 중국의 잠재력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