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EAFF 동아시안컵 남자부 우승팀은 1승 2무(승점 5점)를 기록한 한국이었다. 독일 출신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작년 9월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이래 젊은 선수들에게 더 큰 역할을 맡겨왔고, 이번에도 유럽과 중동 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을 배제한 것은 물론 K리그의 베테랑들도 선택하지 않았다. 따라서 한국은 이번 대회에 대표팀 경험이 거의 없는 젊은 선수들로 팀을 구성했다. 그럼에도 선수들이 대표팀의 철학을 공유한 덕분에 중국과의 첫 경기에서 막강한 조직력을 과시하며 2-0으로 승리했다. 선수 개개인의 활약에 더해 내용과 결과 모두를 잡은 경기였다. 대회 MVP로 선정된 미드필더 장현수는 정확한 짧은 패스와 방향을 바꾸는 긴 패스로 공격을 전개했다. 공이 없을 때도 정확한 위치 선정으로 상대의 위협을 차단해 수비를 도왔다. 여기에 역동적이고 힘이 넘치는 정우영과의 호흡이 더해지며 한국은 대회 최강의 중원을 선보였고, 수비수들도 몸을 날려 상대의 득점 기회를 차단했다. 왼쪽 측면에는 등번호 10번의 공격수 이종호가 다양한 기술을 선보이며 중국과의 경기에서 골을 터트리는 등의 활약으로 앞으로도 대표팀의 부름을 받을 수 있음을 증명했다. 공수 균형을 잡는 데 성공하며 감독상을 받은 슈틸리케는 대표팀에 다시 유럽파 선수들을 불러들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는데, 이들은 대회 내내 3골에 그쳤던 공격진에 힘을 실어줄 것이다.
2위는 개최국 중국의 차지였다. 4-1-4-1 포메이션을 가동한 중국은 개막전인 한국과의 맞대결에서 개최국으로서의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한 채 한국의 수비를 무너뜨리는 데 실패해 무득점으로 패했다. 한국의 영리한 역습에 두 골을 내준 중국은 경기 내내 곤경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었다. 북한과의 맞대결에서는 3백을 가동해 공격에 나섰고, 수비 시에는 5명이 수비진을 구성해 북한의 투톱을 확실하게 견제했다. 대담한 측면 공격으로 유 다바오가 선제골을 터트렸으며, 역습에서 얻어낸 페널티킥으로 두 번째 골을 득점했다. 경기 막바지에는 힘을 앞세운 북한의 반격에 시달렸으나 끝내 승리를 지켜냈다. 일본과의 마지막 경기에서는 상대의 빠른 압박과 뛰어난 개인 기술에 고전했다. 그러나 투지를 발휘한 중국은 1-1 무승부로 경기를 마무리했고, 알랭 페랭 감독은 이번 대회를 대표팀의 진짜 전력을 시험해볼 좋은 기회로 삼을 수 있었다. 슈퍼 리그의 성장으로 수비수들의 성장세가 눈부시지만, 공격에서는 외국인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대회를 통해 중국은 상대를 위협할 만한 공격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오랫동안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는 가오 린과 뛰어난 결정력을 자랑하는 유 다바오, 기술이 뛰어난 순 커, 발이 빠른 우 레이 등이 실력을 뽐냈다. 이번 대회에서 중국은 안정적이고 공수 균형이 맞는 팀을 구성했다는 인상을 줬다.
북한은 일본과의 첫 경기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그러나 두 번째 경기인 중국과의 맞대결에서는 공격진이 힘을 쓰지 못한 채 상대의 영리한 측면 공격에 경기 내내 시달리며 2-0으로 패했다. 마지막 경기에서는 한국을 상대로 좋은 경기 내용을 선보였음에도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하며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그 결과 북한은 3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는데, 이는 2018 FIFA 월드컵 지역 예선을 앞두고 거둔 긍정적인 성과다. 공격수 박현일은 일본과의 첫 경기에서 헤딩 골을 터트리고 도움까지 기록하며 존재감을 과시했고, 리혁철이 날카로운 침투를 시도하는 가운데 양 측면에서는 서현욱과 로학수가 정확한 크로스를 공급했다. 리명국 골키퍼의 선방 행진도 칭찬을 받을 만했다. 북한은 다른 세 팀과 비교해 선발 명단에 변화가 적었는데, 이는 김창복 감독의 선수들에 대한 신뢰를 보여준다. 세계가 주목하는 2018 FIFA 월드컵 지역 예선에서는 어떠한 선수들을 활용할지 기다려진다.
지난 2013년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일본은 2무 1패 4위의 성적으로 이번 대회를 마감했다. 올 3월에 부임한 할릴호지치 신임 감독에게 대회를 준비할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결과는 선수들이 팀으로서 발을 맞춰본 경험이 없었던 탓이라고 봐도 될 듯하다. 그러나 북한과의 세 번째 경기에 이르러서는 조직력이 발전한 모습을 보이며 여러 차례 원터치 패스를 시도하기도 하고 득점 기회도 많이 만들었다. 이러한 발전은 일본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무토 유키는 2골로 팀 내 최다 득점을 기록하며 유럽파와의 경쟁 가능성을 증명했다. 내년 리우 올림픽 참가를 앞두고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 엔도 와타루 역시 오른쪽 풀백과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뛰어난 활약을 펼쳤는데 소속팀에서 보통 3백의 오른쪽 수비를 맡는 엔도로서는 익숙하지 않은 포지션이었다. 할릴호지치 감독이 앞으로도 대표팀에서 활용할 수 있는 선수들을 몇몇 발견했다고 밝힌 가운데, 어떤 선수들이 2018 FIFA 월드컵 예선전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게 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