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23일, 북마리아나제도가 축구협회(NMIFA - Nothern Mariana Islands Football Association) 설립 이후 처음으로 A매치에서 승리를 거둔 것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라 필연적인 결과였다.
북마리아나제도는 2015 EAFF 동아시안컵 예선전에서 마카오를 2-1로 꺾으며 축구협회 창설 이후 10년도 되지 않아 첫 승리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그렇지만 동아시아 지역에서 '막내'인 NMIFA의 목표는 그보다 더 높다.
제리 탠 축구협회 회장은 "마카오를 상대로 거둔 승리는 매우 특별했지만 그 행복은 그다지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제게 매일 동기를 부여하는 것은 승리가 아니라 국민들이 세계 최고의 스포츠인 축구에 관심을 갖게 하는 일입니다."라고 밝혔다.
괌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업가인 탠은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자신의 친한 친구인 리처드 라이 괌 축구협회 회장으로부터 용기를 얻어 북마리아나제도의 축구협회 창설에 관심을 갖게 됐다. 북마리아나제도는 183 평방 마일의 영토에 인구는 52,000명 남짓으로, 미국령이기에 미국 스포츠가 인기를 지배하고 있다. 축구가 팬 층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열정과 인내심 모두가 필요한 환경이었다.
탠은 "북마리아나제도 국민들은 야구, 미식축구, 농구에 빠져 있었습니다. TV에서 볼 수도 없는 축구라는 종목을 아이들에게 권하기조차도 어려운 실정이었죠. 그렇지만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온라인을 통해 축구에 관심을 가진 아이들이 직접 축구를 해보기 시작하면 관심이 늘어나리라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NMIFA는 유소년 육성에 중점을 둬서 축구의 인기를 키우기 시작했다. 사이판 섬에 자격증을 갖춘 지도자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1년 내내 진행되는 축구 시즌과 다양한 해외 리그 덕분에 야구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킬 수 있었다.
탠은 "체육 교사들이 예전에는 그저 장소만 빌려주는 정도였다면 이제는 축구에 관심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축구 클리닉을 진행하면 다음에 또 와달라는 반응이죠. 다음 단계로 발전하기 위해 교사들에게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설명을 해줍니다."라고 말했다.
"2014년에는 연령 별 유소년 대표팀이 여섯 차례 원정 경기를 치렀습니다. 북마리아나제도의 다른 스포츠가 해본 적이 없는 일이죠. 작은 섬에 사는 아이들이 베이징, 타이, 라오스에서 훌륭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몇몇 아이들은 비행기를 처음 타봤다고 하더군요."
NMIFA의 발전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국제축구연맹(FIFA)의 지원을 전혀 받지 않았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FIFA는 괌과 같은 작은 아시아 국가가 경기장과 훈련 시설 등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도록 돕는 Goal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신 NMIFA는 일본 축구협회와 같은 동맹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일본은 북마리아나제도에 세키구치 키요시 현 대표팀 감독과 같은 지도자를 파견해줬다. 탠 회장은 이제 북마리아나제도가 FIFA의 210번째 회원이 될 자격이 충분하다고 믿고 있다.
"지난 10년간 우리가 해온 일들과 앞으로의 프로그램을 보면 우리는 FIFA의 회원국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FIFA가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으니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합니다. 새로운 리더십이 나타나는 적절한 시기에 대화를 진행한다면 FIFA가 북마리아나제도에 관심을 보이고 공정한 평가를 해주길 기대할 수 있습니다."
탠 회장의 장기적인 목표 중 하나는 1학년부터 12학년까지 11,000명 학생 중 절반을 축구에 끌어들이는 것이다. 이들 중 2천 명이 축구를 해서 더 단단한 기반을 닦을 수 있게 된다면 목표를 성공적으로 이루는 셈이 된다. 탠은 특히나 축구협회 설립 초기부터 진행한 여자 축구 프로그램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북마리아나제도에는 여학생들이 즐길 만한 스포츠 프로그램이 제한적이었습니다. 팀 스포츠에 사용되는 대부분의 장비가 남학생들에게 집중됐죠. 처음에는 미국에서 이주해온 30대 교사들이 여자 대표팀의 중추였는데 4년 전부터는 마침내 새로운 얼굴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2009년에는 30대 여자 선수들이 더는 뛰기 어렵다기에 몸이 날쌘 농구 선수들 중 축구에 관심을 가질 만한 선수들을 농구 코트에 모아놓고 풋살을 하게 했습니다. 바로 다음 해에 북마리아나제도 여자 대표팀이 EAFF 동아시안컵 여자부 예선에 참가했죠. 준비가 됐든 안 됐든 선수들이 경기에 나서보겠다고 한 겁니다."
"지금 북마리아나제도의 여자 대표팀을 보면 선수들이 전부 어립니다. 15세에서 17세가 대부분이죠. 이 또한 성장의 일부입니다. 북마리아나제도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여성 팀 스포츠는 축구가 됐습니다."
열정적인 축구의 수호자인 탠 회장은 장기적으로 축구의 풀뿌리에 더욱 헌신할 생각이다. 2016년에는 북마리아나제도에 최초로 인조 잔디 경기장이 들어설 계획이라고 한다.
"축구를 평생 사랑했습니다. 사실 요즘도 일주일에 한두 번은 경기에 나서죠. 축구를 알게 되면 정말 삶이 달라지고 사람들, 특히나 청소년에게 기회를 줄 수 있게 됩니다.아이들이 마약과 떨어져서 건강하게 자랄 수 있게 하는 일이 정말 행복합니다."